마닐나를 갖다 와야 하는데 비행기 시간을 알아보니 오전 비행기 아니면 저녁 비행기밖에 없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아닌 것은 혹시 있는지도 모르겠다. 두시간 전에는 출국수속을 해야 한다는데 아침에 인천까지 가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그래서 2015-8-12일 저녁 7시 50분 아시아나 비행기를 예약했다.
짐을 챙겨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5시다. 티켓팅을 하려고 여권을 찾아 보니 여권이 보이지 않는다. 집에 놓고 온 것이다. 집에 연락해서 여권을 받아 드니 6시 20분경이 되었다. 셀프발권기 앞에 가서 보니 자리가 한개 남았단다. 티켓을 받아서 출국수속을 하는데 20분정도 걸렸다 보다. 저번에 홍콩 출장시에 여행용가방을 찾는데 애먹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가방을 들고 탔다.
7시 20분 탑승을 시작한다고 하니 모두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앉아서 기다려도 될 것 같은데 왜 저렇게 모두 서서 기다리는 것일까. 20명정도 남았을 때 자리에서 일어 나서 맨뒤에 가서 탑승을 했다. 7시 50분이 되었는데 비행기가 움직이지 않는다. 좀 있으니 이륙하는 비행기가 많아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8시 10분경이 되어서야 이륙을 했다, 이륙을 20분 늦게 했는데도 도착예정시간인 현지시간 오후 10시 45분을 거의 맞추어서 도착했다. 4시간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3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같다. 핸드폰을 켜서 보니 시간이 이상하게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예약된 택시회사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서 시간은 유심히 보지 않았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AVS라는 택시회사가 왼쪽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찾아 봐도 안 보인다. 경비한테 물어 보니 나가서 왼쪽으로 가라고 한다.
공항 문을 나서니 안경에 하얗게 김이 서려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안경을 벗고 살펴봐도 AVS라는 간판은 안보인다. 길 건너서 있나보다. 길을 건너려고 하니 이쪽 저쪽에서 택시를 이용하라고 사람들이 잡는다. 못 들은 척 뿌리치고 길을 건너서 원형으로 굽어 있는 길을 왼쪽으로 돌아 가면서 살펴 보아도 택시회사 비슷한 것은 안보인다. 마침 길 옆에 있는 사무실 같은 곳에서 나오는 사람에게 물어 보니 문안으로 들어 가라고 한다. 문안으로 들어 가니 AVS라는 간판이 있는 1인용 부스가 있다. 내 이름을 물어 보면서 인쇄된 종이에 있는 이름이 맞느냐고 묻는다. 맞다고 하니 좀 기다리라고 한다.
좀 기다린 후에 택시가 와서 Fairmont호텔까지 가는데 길가의 풍경은 한국의 중소도시와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호텔에 거의 왔을 무렵 소형 버스가 가는 것을 보니 필리핀에 왔다 싶다. 호텔입구에 도착하니 정문 앞에서 무장한 경찰이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조사한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할 때 호텔부페를 이용하지 않겠느냐고 물어 본다. 비용은 하루 2,500페소라고 하는데 얼마정도 되는지 제대로 감이 안잡힌다.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방에 와서 와이파이를 연결했더니 시간이 너무 먼 과거로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하긴 시간이 좀 이상하긴 했다, 원래 핸드폰 기지국에서 시간을 보내 주지 않나? 신호를 껏다 다시 켜 보아도 시간을 자동으로 맞춰 주지 않는다. 마닐나 사무실에서 받은 현지전화기를 켜서 보니 이것은 아침 4시로 표시된다. 여기에서는 핸드폰 시간이 자동으로 맞춰지지 않는가 보다. 할 수 없이 방에 있는 시계를 보고 시간을 수동으로 맞췄다, 그리고 인터넷을 연결하려고 하니 역시 마찬가지로 너무 과거로 맞춰져 있다고 한다. 시간이 분명이 맞는데 왜 이럴까... 하고 자세히 보니 년도가 1970년으로 되어 있다. 날짜도 수동으로 맞추고 나니 인터넷이 된다.
대략 씻고 났더니 1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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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아침 6시 30분 알람이 울어서 깼다. 씻고 부페라는 곳에 가서 보니 말만 부페다. 빵 몇가지에 과일 몇가지 그리고 소시지 몇가지가 전부다. 이것 저것 챙겨 먹고 1층으로 갔더니 일본에서 온 사람이 미팅을 몇층에서 하냐고 묻는다. 호텔에서 하는 것으로 알았나 보다, 이 비싼곳에서 할리가 없지 않는가. 사무실에서 열릴 것이니 같이 가자고 해서 택시를 불러서 타고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건물에 들어 갈 때도 경비들이 사방이 깔렸다. 컴퓨터 가방은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침 8시쯤 되었다.
사무실 입구에도 남자가 한명 서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 보니 이 사람도 경비업체에서 온 사람이라고 한다. 건물측 경비가 아니고 회사에서 별도로 계약한 경비라는 것이다.
8시에 교육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절반은 아직 오지 않았다. 8시 30분쯤되니 모두 도착해서 교육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한다. 흠... 이런 것은 언제나 안하게 되려나. "몇년동안 근무를 했다" 정도로 간단하게 소개를 마쳤다. 이 것이 끝나니 일하는데 있어서 중요시해야 하는 점들을 나열하고 각자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지 고르라고 한다. 그리고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의논한 뒤 발표하라고 하는데 전형적인 미팅 방법이다. 난 다행히 발표하는 역할을 피했다. 그리고 2시간정도는 그냥 들으면 되는 내용이였다.
교육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워밍업으로 각자 자기를 표현하는 3개를 적고 이중에서 하나는 가짜를 적으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이 무엇이 가짜인지를 맞추는 일종의 게임이 진행되었다. 이것이 끝나자 어떤 점이 일하는데 있어서 사기를 높이는 요인지 되는지 또 어떤 점이 사기를 꺽는지에 대해 논의해서 발표하라고 한다. 여기에서도 다행히 발표하는 역할을 피해 갔다.
이것이 끝나자 역할극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이 무리한 요청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였다. 첫번째는 금요일 오후에 갑자기 사람이 와서 토요일 행사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역할극을 하는 것이다. 이 역할극에서 다행히 또 피해갔다. 이번에는 역할을 바꾸어서 해 보라고 한다. 여기에서도 피해갔다.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역할극을 한번 더 하라고 한다. 먼저 두번은 내가 역할극을 할 사람을 거의 지정하다시피 했는데 이번에는 역으로 내가 지명을 당했다. 어쩔 수 없이 할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것이 끝나고 나니 오후 2시가 되었는데 현지시간으로는 1시정도가 되었다, 밥을 제공한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받아 보니 밥에 고기를 엊은 도시락이었다. 밥을 먹고 사무실을 간단히 들러 보았다.
다시 교육이 시작되었는데 교육하는 사람이 다시 바뀌었다. 밥을 먹은 뒤이기도 했고 어제 잠이 부족한 탓에 무척 졸렸다. 교육을 듣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 게다가 잘 알아 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교육을 들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하지만 사람이 몇사람 안되니 졸 수도 없었다. 가까스로 마치고 호텔로 돌아 와서 짐을 놓고 다시 근처에 있는 부페에 모여서 함께 식사를 했다.
호텔을 나설때 보니 경비가 바리케이트를 치고 장총을 갖고 있다. 다가가서 군인이냐고 물어 보니 호텔 경비라고 한다. 심지어는 차량 밑을 살피는 거울에다 폴발물 탐지견까지 데리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10년전에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동안 도대체 필리핀에 무슨 일이 벌어져서 이러는 것일까. (
필리핀 여행시 주의 사항)
식사를 마치고 자카르타에서 온 사람과 토쿄에서 온 사람과 함께 호텔로 돌아 왔다. 자카르타에서 온 사람은 내일 교육이 끝나면 바로 돌아 간다고 한다. 내일 아침 7시 15분에 1층에서 만나자고 한다. 7시 40분에 내려와도 택시 불러서 타고 가면 5분 거리이니 충분하다고 말해도 내일 체크아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내려와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각자 알아서 하자고 하고 방으로 돌아 왔다.
방에 돌아 와서 보니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다는 부페는 결국 아침에만 이용한 꼴이 되었다. 그리고 2,500페소가 6만원이 넘는 돈으로 계산된다. 하루 온종일 이용한다면 호텔가격으로는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지만 아침만 먹는데 그 돈을 내기에는 너무 비싸다. 프론트로 가서 취소하겠다고 하니 오늘 아침은 이미 먹었으니 오늘 것까지는 계산해야 한다고 한다. 오늘도 아침밖에 안먹었으니 깍아 달라고 했더니 이미 정해진 것이라 안된다고 한다. 처음에 생각을 잘못한 내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는가. 이제 씻고 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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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교육 둘째 날이다. 아침을 룸서비스로 시켰더니 주스와 빵 그리고 과일 몇가지를 가져다 준다. 가격은 70페소가 약간 넘는다. 이정도면 호텔에서 먹는 것으로 가격이나 양이 괜찮다 싶을 정도다. 출장 중 격는 실수를 통해서 계속 진화중이다.
7시 40분경에 밑에 내려 갔더니 자카르타에서 온 사람과 토쿄에서 온 두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택시를 타고 사무실에 갔더니 8시가 되었다. 어제 하다 만 교육이 다시 시작 되었다. 어떻게 하면 문서를 잘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재고관리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끝난 후 다시 소통에 대한 교육이 재개되었다.
7~8가지 상황을 준 뒤에 맘에 드는 것을 고른 후 두명이서 짝을 이뤄서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설득을 하라고 한다. 여기서는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다행히 말을 천천히 해서 알아 듣기 쉬운 일본사람과 짝이 되었다, 서로 원하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끝나자 어떻게 설득했는지 설명하라고 한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사람한테 토론식 교육을 시키니 엄청 불편하다.
어찌 어찌 교육이 끝나더니 교육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고 한다. 강의한 사람별로 점수를 매기고 끝이 난 줄 알았는데 또 한마디씩 하라고 한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것도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말을 하라고 하니 정말 고역이다.
교육이 끝나자 한 팀에서 선물을 준비 했다고 해서 가 보니 비스켓 과자를 한봉지를 준다. 자카르타와 싱가폴 팀에도 전해 주라고 과자봉지 두개를 나한테 맡긴다. 다시 회의실로 가 보니 교육하러 캐나다에서 온 사람들과 시드니에서 온 사람들만 빼고는 모두 나가 버렸다. 얼른 짐을 챙겨서 내려가 보니 아무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과자 봉지 3개를 갖고 호텔로 돌아 왔다. 과자를 받아야 할 두사람한테 사진을 찍어 이메일을 보냈더니 모두 나보고 가져 가란다.
돌아 올 때 보니 길가에 경비 차량이 곳곳에 보인다. 꼭 장갑차처럼 보인다.
소형 버스 뒤쪽으로 사람들이 줄서서 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건널목에는 사선이 그어져 있지 않아서 건널목인지 쉽게 구분이 안된다. 보행신호에 상관없이 차가 안보이면 사람들이 바로 건너 간다. 그래서 그런지 보행 신호로 바뀐지 조금만 지나면 바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이 것도 순식간에 끝나기 때문에 조금만 딴 생각하면 길 중간에 걸리기 쉽상이다.
어제 저녁을 먹었던 부페에 가서 이것 저것 먹은 후 돌아 왔다. 두번째 먹을려고 하니 벌써 질리는 것 같았지만 딱히 아는 곳도 없으니 별 수가 없다. 가격은 호텔에서 아침을 시켜먹는 것과 비슷했다.
이번 교육은 다른 팀하고 함께 일할 때 내 모습이 어땠는가를 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 기회가 되었다, 가끔 다른 팀과 협조가 잘 안되면 화를 참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내뱉고 난 후 후회한 적이 몇번 있었는데 그런 경우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것은 성격이라서 잘 고쳐지지 않겠지만 꾸준이 노력하면 안될 것이 어디 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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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아침을 시켜 먹고 카운터로 내려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니 9시가 조금 지났다. 예약된 택시가 왔는지 체크해 달라고 호텔직원에게 전화를 부탁했더니 택시기사와 영어로 이야기를 한다. 택시기사가 영어를 하지 못할까봐 부탁한 것이였는데 생각해 보니 필리핀은 영어권이라서 영어를 하는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벌써 도착해 있다고 한다. 호텔문을 나가서 차 번호를 확인하다 보니 호텔직원이 와서 내 이름을 확인하면서 저 차가 아니냐고 한다. 보니 차번호는 틀린 것 같았는데 A4용지에 큼직하고 내 이름을 인쇄해서 앞 유리 밑에 얹어 놓았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물어 보니 아들 하나에 딸이 둘 있고 손자도 둘이나 있다고 한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 한국인이 4명가량있는데 모두 친절하다고 한다. 또, 한국에 가기 위해 한국어 공부하는 사람도 주변에 많이 있다고 한다. 자기는 20살이 될 무렵 운전을 시작해서 지금 40년 넘게 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에 가 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무엇 때문에 그러냐고 했더니 겨울에 눈을 보는 것이 꿈이란다. 여기는 바람과 비 밖에 없다고 하면서... 너무 소박하고 행복한 꿈인 것 같다.
공항에 들어 가려고 하니 티켓을 예약한 후 인쇄한 종이와 여권을 대조해서 확인한다. 그렇지 않아도 마닐나에 오기 전에 받은 이메일에 "티켓예약 내용을 인쇄해서 항상 소지하라"는 말이 있어서 무슨 말인가 싶어서 전화해서 확인 해 보니 이 것이 없으면 돌아 올 때 공항에 들어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인쇄된 종이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위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히 쓸데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확인 후 바로 엑스레이 검사대로 이어진다. 공항 안에 들어 가서 티켓팅을 한 후 출국 심사때 또 다시 엑스레이 검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이륙 게이트를 먼저 확인하려고 가 보니 한 층 밑에 대기실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 가니 바로 탑승권을 확인 후 쪽지만 남기고 탑승권을 회수한다. 한번 대기실에 들어 오면 나가지 못하냐고 물어 보니 나갈 수 있다고 한다. 잠시 앉아 있다가 선물을 사러 나가려고 하니 쪽지와 번호표를 맞바꾸어 준다. 비행기를 탈 때는 좌석 범위를 지정해서 순서대로 타도록 유도한다. 처음에는 이런 절차가 좀 낯설게 느껴졌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탑승할 때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측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