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일 화요일

좌충 우돌 홍콩 출장기 - 첫째날

3일 중 첫날 적은 것을 사진과 함께 정리해 보자.


한 10년만에 외국에 나가는 것 같다. 인천공항... 이메일로 받은 전자티켓을 프린터로 인쇄해서 갖고 갔다. 전자티켓용지로 자판기같은 곳에서 줄을 서지 않고 탑승권을 받은 후 짐을 바로 부쳤다. 10분정도에 끝났다. 출국심사 줄 좀 서있다 심사대 지나가는데 삐삐 거린다. 혁대 버클에 쇠가 있다보니 울린 모양이다. 심사대 통과하는대도 한 10분 걸렸나 보다. 누가 도대체 2시간 전까지 가라고 한거야? 다시 생각해 보면 탑승수속에 문제가 있는 경우 해결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테니 만약을 위해 두시간 정도 미리 가라고 한 모양이다. 그리고 보니 전에는 특정지역에서만 가능했던 와이파이가 이제는 모든 곳에서 된다. 노트북 꺼내서 이것 저것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인터넷도 끊김 없이 잘된다. 축국절차가 빠르고, 탑승층도 한층에서 이루어 지니 이층 저층 왔다 같다 안해도 되고 인터넷도 끊김 없이 잘되니 세계최고 공항이라고 할만 하다.

비행기에 탑승해서 보니 자리번호가 48번인데 세자리가 옆으로 나란히 붙어 있는 자리다. 세자리 모두가 48번이란 말인가? 일단 앉고 보자. 창가에 앉고서 탑승권을 다시 보니 J가 끝에 붙어서 48J다. 좌석배치표가 어디 있나 보니 짐 넣는 곳 밑에 있어서 좌석에 앉기 전에는 잘 안보이는 위치다. 좀 살펴보니 복도쪽인 것 같다. 이때 외국인 커플이 와서 48번이란다. 나도 48번이야. 근데 난 J인데... 남편이 괜찮다고 하고 아내가 미소를 짓는다. 괜잖다는데 뭐 이대로 앉아 가지 뭐.



이륙하고 음료 마시고 주는 밥먹고 하다 보니 어느새 네시간 가까이 흘러서 홍콩상공을 지나간다. 산과 바다가 만나는 부분이 유난히 붉은 모습을 보니 다른 나라에 온 것이 틀림 없다. 배들이 이리저리 지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승무원이 입국심사용지를 나눠 준다. 볼펜은 안주나? 볼펜이 없어서 적지 못하고 내렸다. 비행기가 착륙 후 접안하고 나니 모두들 일어선다.  줄이 움직이기 시작할때까지 앉아서 기다렸다. 왜들 서서 기다리나. 앉아 있으면 편한데...

입국심사를 하는데 화물로 부친 가방은 입국심사후에 찾는 건지 아닌지 좀 횟갈린다. 마스크를 반쯤 내려 쓴 푸른 유니폼을 입은 키 작은 여자에게 물어 보니 "After Immigration"이란다. 간단히 말하니 이해하기는 쉬운데 발음이 좀 낯설다. 내 발음도 낯설게 느껴질거다...

볼펜있는 곳을 찾아 심사용지에 적은 후 입국심사는 간단히 통과했다. 11월까지 있어도 된다나... 그때까지 내가 여기 뭐하러 있겠어. 3일만 있으면 되는데... 나오니 바로 짐 찾는 곳이다. 그런데 짐 찾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뭐 이쪽으로 나왔으니 이근처에 있는 콘베어벨트로 나오겠지... 하면서 살펴보니 한쪽 콘베어 벨트앞에 있는 상황판에 인천에서 온 짐이 나오고 있단다. 그런데 다른 것은 비행기편 이름이 왼쪽에 표시되어 있는데 인천에서 온 것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서너군데를 둘러 보았는데 인천에서 온 것이라고 표시된 것은 이것밖에 없다.

사람들도 엄청 많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가 맞는 것 같군... 그런데 내 가방은 어떤 것이였더라? 처음 사용해보는 가방이어서 아직 낯이 익지 않았다. 비슷한 가방을 몇개 보았으나 꼬리표가 아니다. 그렇게 많이 기다리던 사람이 모두 짐을 찾은 후 사라졌다. 이상하군... 뭔가 잘못된게 틀림없어... 여기서 짐을 잃어 버렸나? 저기 파란유니폼 입은 여자가 또 있다. 물어 보자. 화물표를 보여주니 여기가 아니란다. 좀더 바깥쪽으로 나가니 각 비행기 짐이 어느 콘베어벨트에서 나오는지 한눈에 표시하는 상황판이 따로 있다.



거기에 보니 내가 타고온 비행편이 표시되어 있고 내 것은 1번이였다. 그런데 10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니. 도착한 사람이 나오는 곳과 비슷한 위치에서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현지인이 나오는 곳과는 비슷한 위치이다. 아니 그런데 이 상황판을 왜 이렇게 높게 매달아 놓은거야? 눈높이에 두어야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눈에 띄일 것 아닌가. 나중에 보니 이런 상황판은 모두 위로 쳐다 보아야 하는 위치에 있다. 또 돌아 오는 길에 유심히 살펴보니 인천공항은 이러한 표시판이 거의 눈높이에 있다. 이러니 세계 일등공항이라고 하는가 보다.



1번 콘베어 벨트에 가보니 누군가 가방을 빼 놓아서 주인 잃은 불쌍한 가방이 홀로 서 있다. 누군가 자기 것인줄 알고 빼 놓고 보니 아니여서 그냥 놓고 간건가? 이렇게 놔 두면 만약 저쪽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 계속 기다려야 했던 것 아닌가? 하여튼 찾았다. 10년만에 외국을 나온 내가 뭘 몰라서 그런거지 누구를 탓하랴..

가방을 카트에 올려 놓고 화장실에 갔더니 카트를 갖고 들어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럽다. 잠시 고민하고 있다 보니 안쪽에서 할아버지 안내원이 그냥 카트 갖고 들어 가라고 손짓한다.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군... 안내원까지 배치해 놓은 것을 보니... 나중에 보니 화장실 청소등을 위해 에 관리원을 별도로 배치해 놓은 것 같았다.



공항 중앙문을 통해 나오니 열차매표소가 보인다. 열차가 두가지 종류라는데 이것이 익스프레스인지 물어보니 그렇단다. 편도 100홍콩달러. 홍콩역까지 24분안에 시내까지... 흠... 택시로는 400홍콩달러고 한시간정도 걸린다는데 기차를 타야지 빠르고 경제적이지... 표를 사고 나서 조금 걸어 나오니 바로 전철 승강장이다. 정말 바로 코앞에 있군... 타자 나마 출발한다. 사람들이 70~80%정도 앉아 있는 것을 보니 한참 서 있었는가 보다. 그런데 가는 방향과 반대로 앉아 버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철 한칸마다 앉는 방향이 서로 반대로 되어 있다. 그런데 반대로 앉아 있어도 바로 앉아 가는 것과 차이가 거의 없다. 다른 전철이 옆으로 가는데 보니 이것은 속도가 거의 KTX수준이다. 밖에 보니 바다에 왠 크레인을 실은 배는 저렇게 많나? 바다를 모두 매우는 중인가? 나중에 물어 보니 홍콩과 중국본토를 연결하는 다리를 바다위에 만들고 있단다.

홍콩역에 도착하면 호텔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고 했겠다. 찾아 보니 정말 있었다. 하지만 이름이 이상하다. 텍스프리쇼핑셔틀? 게다가 주차장이 좀 어둠침침하고 승객은 하나도 안보이고 차들만 대여섯대가 있는데 이게 운행을 하기는 하는 건가? 역시 인터넷 정보를 백프로 믿을 수는 없지... 택시를 타자...



택시를 탓다. 좀 무언가 이상하다. 우선 왼쪽에 않아서 앞을 보면서 가니 꼭 내가 운전하고 가는 듯 하다. 흠... 여기가 영국령이이였지. 택시 운전사가 오른쪽에서 운전중이다. 그리고 보니 운전사가 젊다. 백밀러로 택시 운전사의 얼굴이 보인다. 이 택시 운전사만 그런가 해서 다른 택시도 살펴 보았는데 공교롭게 그택시 운전사도 젊다. 서울에 있는 택시 운전사 중에서 이렇게 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근데 여기서 보니 젋은 사람들이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차도 좌로 확 우로 확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니 거침이 없는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이 운전하는게 틀림없다. 차를 자세히 보니 소형인데다 앞좌석과 운전사 사이의 시트는 낡아서 헤어지기까지 했다. 시트는 두꺼운 비닐소재로 되어 있고 쿠션이 없어서 미끄럽다. 차가 좌회전을 하면 오른쪽 끝까지 몸이 사정없이 미끌어 진다. 흠...서울에서 타는 택시에 앉아 있듯 하면 안되는군... 이제보니 서울에 있는 택시는 정말 고급승용차다. 승객에게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기사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급스런 시트도 그렇고 흠집하나 없는 내관 외관등 모든 게 그렇다. 나중에 현지인에게 들어 보니 자기가 택시를 처음 본 이후 30년 동안 택시 차 모델이 바뀌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택시를 타면 이리 저리 획획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을 보니 내가 탄 택시 운전사가 젊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호텔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겨울에 따듯한 집안에 들어 온 것 처럼 안경이 뿌해지더니 한참동안 가시지 않는다. 흠... 이게 여기 본 날씨로구나. 호텔 입구로 가니 직원이 나와서 가방을 들어 준다. 가방이 가벼워서 안들어 줘도 되는데 좀 부담스럽군.

카운터로 체크인을 하면서 숙박비를 물어 보니 예상보다 많다. 하루밤에 3,500홍콩달러나니 3일밤이면 내 카드 사용한도를 넘어선다. 분명히 3000달러 이하라고 들었는데 호텔이 달라서 그런건가? 이를 어쩌나. 흠... 어떻게 되겠지... 호텔직원이 오늘 하루를 일단 미리 계산하고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잔다. 이게 무슨 하루 자고 다른데로 옮기라는 건가? 나중에 알아보니 호텔비를 떼어먹고 도망갈까봐서 미리 잡아 놓는 거라고 한다. 그나저나 인터넷은 무료냐고 물으니... 두가지가 있는데 고속은 유료고 저속은 "convenience"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지? 다시 설명하면서 이제는 "free of charge"라고 한다. 그럼 진작 그렇게 말하지 convenience는 무어람. 직원이 방에 까지 안내해 주면서 가구와 버튼을 설명하면서 또 다시 냉장고 안에 있는 물은 convenience라고 한다. 아하... 이게 무료라는 말이로구나.

호텔직원이 가고 나자 얼마 있지 않아서 3,500홍콩달러가 승인되었다고 문자가 날라 온다. 오늘이 토요일이고 이미 밤이다. 카드사에 전화했더니 일반 상담시간은 토요일 12시까지라는 ARS안내 멘트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전화해서 한도를 올려 달라고 했더니 올릴 수 없다고 했다. 이유가 무어냐고 물었더니 한도는 언제든지 올릴 수 있다나? 그게 올릴 수 없는 이유인가? 왜 딴소리를 하느냐고 따지니까 한도를 올릴 수 없는 이유는 말해 줄 수 없단다. 그럼 진작 그렇게 이야기 하지. 왜 딴소리를 먼저 하는거야? 저번에 올려 준다고 전화 왔을때 올려 달라고 할 걸 그랬다. 이것들이 필요 없을 때는 올려 준다고 전화하고 정작 필요할때 전화하면 안된다고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아침에 나올 때 핸드폰 착신전환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한 걸 알았다. 핸드폰 앱에서 할 수 있다는 ARS멘트가 나온다. 앱으로 하려고 하니 본인 인증을 하란다. 인증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신용카드 밖에 없었다. 신용카드 정보를 넣고 인증버튼을 눌렀더니 하얀 화면만 나오고 진행이 안된다. 몇번을 반복하고 핸드폰을 껏다 켜도 똑같다. 공항에 가서 로밍센터에 부탁해 보아야지... 로밍센터에 갔더니 착신전환 서비스 가입 처리권한이 없단다. 핸드폰분실신고 전화를 해서 상담원한테 부탁을 해 보란다. 흠... 해 보아야지.. 전화를 했더니 가까운 대리점에 가 보란다. 여기가 공항인데 대리점을 어떻게 가느냐고 했더니 예외적으로 처리를 해 주겠다고 하면서 처리를 해 주었다.

같은 요령을 이번엔 카드분실신고 전화를 해서 상담원한테 한도좀 올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미 홍콩에서 결재된 사실을 알고서는 본인확인 과정을 거친 후 해외사용 한도 일시증액을 해 주겠다고 한다. 겨우 3일밤 호텔비는 댈 수 있게 되었다.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배가 고파진다. 밥을 먹어야지. 어디가서 먹나. 여기 주변이 전부 높은 빌딩밖에 안보이는데... 그냥 호텔식당에서 먹어야지... 1층 내려가서 카운터에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 보니 카운터 좌우로 레스토랑이 있다. 먼저 2층으로 가서 보니 부페다. 가격은 우리돈으로 7만원정도... 무얼 먹길레 이렇게 비싼가? 안먹겠다고 해더니 다음에 또 오란다. 또 올 수 있을까? 다시 일층으로 가서 레스토랑 들어 갔다. 레스토랑 메뉴를 보니 전식, 메인, 후식 각각이 2-3만원씩 한다. 합치면 결국 7만원? 부페로 갈 걸 그랬나? 조명은 침침한데다 무언지 알 수도 없는 한문과 영어단어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다른 나라에 온 나같은 사람은 어디를 가야 밥을 먹을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비싼 돈을 주고 호텔밥을 먹는가 보다. 그런데 TV드라마를 보면 일반 사람들도 호텔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던데... 그건 드라마라서 그런건가?



그런데 식사는 어떻게 하지? 다시 부페로 갈까? 그때 문득 Tray Set라는 단어가 보인다. 세트 좋다. 이미 다 선택되어 있는 것이 세트 아닌가.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물어 보자. 물어 보니 중국식 억양때문에 알아 듣기 힘들다. 여하튼 이것 저것 있다고 하면서 요리가 코피라고 하는 것 같다. 헉... 나는 커피 안마시는데... 따른 걸 시켜야 하나? 다시 메뉴판을 살펴 보자. 그런데 Tray Set에 커피라는 단어는 없는데 이상하네... 그래서 주문했다. 지금 와서 메뉴를 자세히 살펴 보니 cod filler라고 말했는데 억양때문에 코피로 들렸나 보다.

좀 있으니 빵을 한접시 내온다. 설마 내가 빵을 시킨 것은 아니겠지? 한참을 지나도 더이상 안나온다. 정말 빵을 시킨건가? 그때 쯤 넓은 트레이에 요리 한접시, 밥 한그릇, 국 하나, 오이지 접시 하나, 그리고 후식 하나가 올려져서 나왔다. 국 색깔은 된장국 같은데 맛은 된장국에 소시지를 푼 것 같은 맛이 난다. 나중에 보니 밑바닥에 어묵과 소시지 중간정도 되는 것이 몇 점 있다. 오이지에는 식초를 넣어서 그런지 이름을 붙이자면 오이로 된 단무지다. 요리는 떡같은 것이 밑에 뚜꺼운 면처럼 깔려 있고 그 위에 소고기를 다져서 언져 놓은 것 같다. 밥은 찰기가 없어서 푸석거린다. 전반적으로 내가 먹던 것에 무언가 다른 것을 섞은 느낌이지만 그럭 저럭 먹을만 했고 무엇보다 앞서 나온 빵을 거의 반을 먹었으니 배불리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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