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나온 뉴스에 의하면 한국인 평균 자동차 보유기간이 약 7년이라고 한다. 내가 아마도 내가 이 평균기간을 늘리는데 적지 않게 기여를 했을 것 같다. 1994년에 사서 2015년 폐차를 했으니 21년을 보유했다.
세피아 광고는 지금 보아도 멋있다. 고장난 카고트럭 때문에 길이 막혀서 아무도 가지 못하고 경찰마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슈퍼맨처럼 나타난 세피아... 체인으로 카고트럭을 견인해서 혼잡한 상황을 해결한다. 이 광고가 사람들 이목을 끌고 있을 때 트럭을 운전하는 어떤 사람이 이 것은 말도 안되는 광고라고 했다. 어떻게 승용차가 트럭을 견인한다는 말인가 하고 말이다. 과연 그럴까?
저 조그마한 장난감 탱크도 SUV를 끌고 갈 수 있는데 강력한 1.5 DOHC 엔진이 달린 세피아가 카고트럭을 끌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 광고에 끌려서 색깔까지 똑같은 차를 샀다. 차를 사니 영업사원이 차를 몰고 집으로 가져왔다. 초보운전... 하지만 용감하게 차를 몰고 출근을 했다. 신당동 집에서 강남에 있는 직장으로 가려면 한남동을 지나야 했다. 남산터널에서 내려오는 차들과 약수동 고개를 넘어 오는 차들이 만나서 차들이 이리저리 뒤엉키는 장면은 아래 사진보다 훨씬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
사방에서 차들이 나한테 다가오는 느낌이였다. 어떻게 여기를 벗어 날 수 있을까. 그냥 버려 두고 걸어 가 버릴까? 왼쪽을 살피는 순간 오른쪽 차가 바짝 다가선 것 같고 오른쪽 차를 신경쓰자니 왼쪽 차가 더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차들이 조금씩 가고 있어서 부딛힐 것 같은데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었다. 다행히 사고 없이 그 지점을 벗어 나서 출근하는데 성공...
그 다음 날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출근하는데 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사고의 추억
차를 산 며칠 뒤 차에 익숙해지기 위해 차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동네를 한바퀴 돌 작정이였다. 신당동 중앙시장 뒤쪽에 있는 왕복 이차선 도로로 들어 갔다. 넓은 도로가 아니였으니 차가 많지 않을 것라는 생각이였지만 이것은 오산이였다.
시장에 물건을 나르는 차들이 왕복 이차선 도로를 왕복 사차선이나 되는 듯이 겹겹히 쌓여서 이리 저리 가고 있었다. 그나마 속도가 빠르지 않고 차가 엉켜 있지는 않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천천이 앞으로 가는 순간 무언가 스친듯 차가 좌우로 약간 기뚱인다.
'무언가 받았나 보구나...'
차를 세우고 내려서 보니 오른쪽 뒤에 새까만 칠이 몇줄 묻어 있고 좀 앞선 트럭에서 운전하는 사람이 무어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차들이 뒤에 줄지어 서 있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당황스럽다. 자세히 보니 칠이 좀 묻었을 뿐 차에 흠집은 없어 보인다. 지금 같으면 보험사에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 보았을 테지만 처음 이런 일을 당하다 보니 어떨결에 그냥 집으로 와 버렸다. 그리고 묻어 있는 칠을 벗겨내니 다행히 원래 색깔이 나타났다.
이 일을 계기로 자동차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때는 요즘처럼 보험사가 사고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사고가 나면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었다. 나도 이것을 한번 써 먹은 적이 있다. 경춘가도에서 집으로 돌아 오던 길이였다. 앞에 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섰다. 경춘가도에서 돌아 오는 길은 항상 막혔으니 속도가 한 시속30킬로나 되었나 보다. 내 차가 앞차를 여지없이 추돌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는 순간 앞차가 갑자기 정지한 것이다. 내려서 자세히 살펴보니 범퍼안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파편이 몇개 보였지만 외관상으로는 손상이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았으니 내가 잘못한 것이다. 또 범퍼 외관상으로는 손상이 없더라도 내장재는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차에서 내려서 차가 가다가 급정거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 앞차 운전자는 어쩔 줄 몰라 하더니 그냥 차를 타고 가버렸다.
한번은 이와 반대로 다른 차가 내 차를 추돌했다. 강변북로에서 맨 오른쪽 차선에서 차를 몰고 가는 중이였는데 강변에 있는 공원에서 놀다가 올라오는 차가 오른쪽에 멈춰 서 있는 지점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 도로는 차들이 막히지 않으면 보통 시속 100킬로 정도로 빠른 속도로 차들이 달리는 도로다. 그런데 멈춰 서 있던 차가 갑자기 출발을 하면서 진행차선으로 진입한 것이다. 급제동을 해서 그 차와의 충돌은 겨우 피했다. 하지만 내 뒤에 오던 차가 내 차를 추돌했다. 그 사이 앞차는 사라져 버렸다. 이번에는 뒷차가 안전거리 미확보를 인정하고 보험처리를 하는 것으로 쉽게 수습되었다. 견인차도 거기 상주해 있었는데 아마도 사고가 자주 일어 났서 그랬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때도 큰 사고는 아니였다. 이 사고 이후 차가 들어 올 가능성이 있는 차선을 피해서 운전하는 버릇이 생겼다.
한번은 큰 사고가 났었다. 서초동에서 일할 때 출근길에 회사에 거의 다 와서 좌회전을 하려고 멈춰 있었다. 이 때 갑자기 쾅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누군가 내 차를 그대로 받아 버린 것이다.
이 사진이 그 사고가 났던 장소다. 뒷 트렁크 부분이 절반쯤 찌그러져 있고 차 지붕도 약간 위로 튀어 올라와 있었다. 또, 나를 받았던 사람 입에서는 술냄새가 나고 있었다. 자기가 아는 공업사로 가서 수리를 하자고 해서 따라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고를 당했을 때는 무조건 직영수리센터로 갔어야 했다. 사고를 낸 사람이 잘 아는 공업사로 가면 안된다. 왜냐하면 수리비가 적게 나오도록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리가 끝나서 차를 찾아와서 살펴보니 찌그러져 있던 부분만 펴서 부분도색을 해 놓았다. 또 자세히 보니 세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색을 해서 먼지자국이 보였다. 지금 같으면 찌그러진 부품을 교체하던지 아니면 전체도색을 해 달라고 다시 맡겼겠지만 그 때 당시에는 보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그냥 넘어 갔다. 하지만 시간이 2~3년 가니 그 부분이 변색이 되고 조금씩 벗겨 지더니 폐차할때쯤 되서는 완전히 칠이 벗겨져서 다른 색으로 변해 버렸다. 이 사고 이후 정차해 있을 때도 차 뒤를 살피곤 한다.
더 큰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었다. 휴가를 내서 놀러 가던 참이였는데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반대편 차선은 완전이 정체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는 방향은 뻥 뚤려 있어서 기분 좋게 달리던 중이였다.
거기가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사진과 비슷한 구조였다. 왼쪽 차선에는 차들이 줄지어 정체되어 서 있었다. 오른쪽으로 굽어진 길이였는데 갑자기 왼쪽에 서 있던 차들 사이에서 프라이드가 한대 나타나 내 앞을 가로 막았다. 급제동을 하면서 앞차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니 이제 큰 사고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3초나 되는 순간이 30초정도 되는 것으로 느껴졌다. 끽~ 하는 타이어 소리를 내면서 점점 서있는 앞차에 다가 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에는 논에 물대는 수로가 있었는데 앞차에 부딪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수렁에 빠지는게 낫다고 순간 판단되었다. 그래서 거의 부딪히려는 순간 오른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었는데 마침 그 때 차가 멈춰섰다. 이 일이 있은 다음부터는 길 좌우에서 무언가 갑자기 튀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하면서 운전을 한다.
이 차로 사람을 죽일뻔한 일도 있었다. 차를 처음 샀을 때 살던 곳이 약간 언덕진 위에 지어진 아파트였는데 아파트 단지가 작아서 주차공간도 작었다. 그래서 아파트 앞에 있는 동네 골목에 주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날도 마찬가지로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끌고 나가려는 참이였다. 차 앞에 전봇대가 하나 있었고 그 전봇대와 한 1미터나 떨어져 있었나 보다.
차 앞에는 한 사람이 전봇대에 기대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후진을 한다는 것을 기어를 잘못 넣어서 앞으로 차가 튀어 나갔다. 담배를 피던 사람 입이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 브레이크패달을 밟았다. 그 사람하고 남은 공간이 30센티나 되었을까. 아찔한 순간이였다. 아차하면 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야 했던 것이다. 그 당시 처음 운전을 배우면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브래이크에 발이 먼저 가도록 혼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그 짧은 순간에 위험을 감지하고 멈춰야겠다고 생각한 후 발이 움직였다면 그 사람은 지금 최소한 불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 일이 일어 난 다음부터 기어가 어디에 있는지 항상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고장의 추억
신당동에서 차를 산 후 직장이 가까운 논현동 단독빌라 1층으로 이사를 했다. 이 빌라에 조그마한 주차공간이 있었는데 옆집 담벼락 밑에 턱이 있었다. 당시 이 주택에 차를 가진 사람이 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이 주차공간은 내 차지가 되었다.
지금은 사진을 보니 담벼락 밑에 턱이 있던 흔적만 남아 있지만 그 당시에는 한 10센티정도 튀어 나온 턱이 있었다. 골목이 좁고 주차공간도 좁은데다가 이 턱이 백밀러로는 보이지 않는 바람에 후진하다가 이 턱에 걸려서 왼쪽 문이 찌그려져 버렸다. 차문 안쪽 마감재를 뜯어 내고 들어 간 부분을 밖으로 펴느라고 한동안 고생했다. 하지만 한번 들어 간 자리는 원래상태처럼 말끔하게 펴지지는 않았다. 이 일 이후부터 후진할때 무척 신경을 쓰이는데 특히 어두운 밤에 후진할때는 거의 감각으로 후진하는 듯한 불안감이 든다. 요즘에 나온 차들은 사방에 거리를 측정해주는 센서가 있어서 어떤 물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경보를 울려 주는데 이런 차를 운전하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피아를 타고 많이도 돌아 다녔다. 어디에서 무슨 볼거리가 있다고 하면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이리저리 안 간데가 없는 것 같다. 봄이면 꽃구경 간다고 돌아 다녔고, 여름이면 피서간다고 이리 저리 팔도를 유람했다. 배에 타우고 제주도도 두번이나 갔다 왔으니 울릉도, 독도 그리고 북한만 빼면 우리나라 광관지도에 나온 거의 모든 곳은 다 가 보았다. 가을이면 단풍구경가고 겨울이면 눈구경한다고 대관령에 가서 눈도 실컷 보고 오기도 했다.
어느 해였던가 피서를 간다고 애들 태우고 동해로 갔다. 해가 져서 깜깜한 저녁 늦게 도착해서 어디에 텐트를 칠까 고민하면서 한 해수욕장에 차를 몰고 들어 갔다. 차에 온 통 짐들이 있어서 주차장이 가까운 해수욕장을 좋아 했다. 또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곳을 찾곤 했는데 들어 가 보니 좀 썰렁한 것 같았다. 차를 돌리려고 후진을 한 순간 무언가 덜컹하는 느낌이 오면서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내려서 보니 후진하면서 차 범퍼로 모레사장에 나뒹굴고 있는 나무 밑둥을 받은 것이였다. 그 바람에 뒷 범퍼 한쪽이 내려 앉았다. 이 상태로는 차를 끌고 갈 수 없다. 그렇다고 한밤중에 수리 할 수도 없었다. 주변에 찾아 보니 군대에서 사용하는 검은 통신선 한가닥이 보인다. 동해안에 군대 초소들이 있으니 이런 선이 쉽게 발견된 것이다. 이 선으로 범퍼를 차대에 묶으니 단단하게 연결되었다.
이 상태로 한동안 차를 몰았다. 누군가 뒤에서 한번 받아 주기를 간절하게 바랬는데 아무도 그래주지를 않았다. 수년을 기다리다 지쳐서 자차보험을 써서 범퍼를 갈았는데 그때 자차보험가가 30만원이였다. 그런데 범퍼수리비는 35만원... 차량가격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온 것이다. 카센터에서 보험으로 나오는 30만원만 받겠다고 해서 5만원은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되었다.
차 유리창은 내내 속을 썩였다. 처음 차를 사고 2~3년이나 지났을까. 운전석 유리창이 고장이 나서 내려간 유리창이 올라 가지 않았다. A/S를 받고 몇달 있다 보니 조수석 유리창이 고장났다. 몇달 사이로 똑같은 고장이 차례로 난다면 뒷쪽 유리창이 고장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거 제품 불량 아닙니까?"
"아니 제품불량을 어떻게 아셨어요? 다 바꿔 드리겠습니다."
전동모터를 모두 바꾸고 또 5~6년 지나니 이번에는 유리창이 올라가고 내려갈 때 유리창이 좌우로 기우뚱거리면서 잘 움직이지 않더니 나중에는 좀 추워지면 손으로 잡고 올려야 할 정도가 되었다. 이것을 고치려고 몇번 시도해 보았지만 부품이 없어서 고치질 못했다.
3~4년전에는 에어콘 라이에이터가 고장나서 교체했다. 이 교체때문에 그런지 작년 여름에 에어콘을 켜고 달리니 조수석에 홍수가 났다. 아마도 에어콘에서 나오는 물을 배출하는 호수가 망가진 것 같았다. 조수석에 배수구를 뚫어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여름이 지나가서 이 문제는 잊어 버리게 되었다.
또 작년에는 차가 가다가 기어가 들어 가지 않아서 길 한가운데서 멈춰섰다. 클러치를 밟으면 유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클러치액이 부족한가 보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아무래도 클러치패달이 클러치에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여러번 하면 어쩌다 클러치가 작동하는 경우가 경우가 있어서 차를 옆으로 빼 놓고 보험사에 긴급출동을 요청해 카센터로 이동해서 수리를 받았다. 무슨 펌프라고 하던데 이름이 어려워서 잊어 버렸지만 그렇게 비싼 부품은 아니였다. 그 카센터 사장님의 말은 카센터 잘못가면 변속기(미션)을 고쳐야 한다고 바가지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한 10년 전에는 후진기어가 잘 들어 가지 않는 문제 때문에 동네 카센터에 간 적이 있었다. 카센터가 두군데 있었는데, 한군데는 차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였고 한군데는 한산해서 바로 고칠 수 있는 곳이였다. 기다리는 것 싫어하는 급한 성격이래서 한산한 곳으로 갔다. 미션오일을 갈아야 한다고 해서 갈았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모든 기어가 잘 안들어 가기 시작했다. 다시 그 카센터를 찾으니 미션자체를 내려서 조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건 큰 일이 아닌가. 일단 알았다고 하고 옆집 카센터에 가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잘못된 미션오일이 들어 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제대호된 오일로 바꿔 주었더니 정상작동이 된다. 얼마 있다 지나가는 길에 보았더니 나한테 바가지를 씌울려고 했던 카센터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올 해 마지막으로 고장난 것은 속도계였다. 어느 날 갑자기 차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달리는 속도가 높아지면 딱딱거리는 소리도 커지고 빨라졌다. 처음에는 유리창에 무엇인가 끼여서 나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런 소리치고는 너무 소리가 컸다. 엔진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서 엔진을 끄고 굴러가도록 해 보았는데 그래도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서 엔진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면 기계적이고 속도에 관련된 것인데... 하면서 속도계를 보니 속도계 바늘이 시속 200킬로를 넘어서 한바퀴를 돌려고 하는데 밑에 걸려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다음날 다시 봐도 역시 마찬가지로 서서히 가는데도 바늘은 한바퀴를 돌아 간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바늘이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버렸다. 그래도 딱딱딱 하는 소리는 계속 났다. 카센터에 가서 속도계로 연결되는 케이블을 제거해 달라고 했더니 계기판 문제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계기판을 바꾸려면 얼마나 드느냐고 물으니 부품이 없을 거라고 한다. 나도 그럴 것 같아서 케이블을 빼 달라고 했다고 하니 두말 않고 케이블을 배서 건네 주면서 혹시 계기판을 구하면 이 케이블이 필요할 것이니 갖고 있으라고 한다.
주차위반
폐차를 하려고 했더니 10년전에 주차위반을 세 건을 했는데 그 중 두 건은 벌금을 내지 않아서 가압류가 되어 있으니 벌금을 낸 뒤 폐차가 가능하다고 한다. 가압류를 한 서초구청 교통과에 전화해서 '나는 주차위반 통보를 받은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압류가 되어 있느냐?'고 물었더니 벌금에 이자는 붙지 않으니 벌금을 내라고 한다. 가압류 절차가 어떻게 되느냐고 했더니 위반통지를 3번하고 가압류 경고를 보낸 뒤 최후통보를 하고 뭐 그런 식으로 7~8차례를 통보 한단다. 한 두번이면 어떻게 전달이 잘 못 되었다고 치지만 그 많은 통보를 빼먹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내 차가 정말 위반을 했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자료를 찾아 볼테니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한다.
그래서 받은 사진이 아래 두장이다.
골목에 차를 세운 것이 주차위반으로 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차 사진만 남아 있고 통지서가 언제 어디로 몇번 갔는지등 구체적인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사진도 두 건에 대해서만 남아 있고 밑에 있는 사진은 번호판도 보이지 않는 사진이다. 이것이 주차위반이면 우리나라 차 중에서 주차위반을 하지 않는 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주차위반이 되었을때 알려 주어야지 주차위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가끔 구청에 가서 자동차원부를 확인해 보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통보가 올텐데 도대체 누가 그런 것을 확인해 보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가끔 자기도 몰래 위반한 것이 올라와 있지 않은지 확인해 본다고 한다. 자기도 몰래 위반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요즘 꼼수 증세가 화제다. 간판세도 걷는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간판세라는 것이 원래 있었던 것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걷지 않다가 이제 걷기 시작한다고 한다. 내 주차위반도 그런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의를 신청하겠다고 했더니 시간이 4달정도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자기네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단다. 지금 폐차를 해야 하는데 4달을 기다리라는 말은 그냥 요금을 내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내키지는 않지만 그냥 벌금을 내고 폐차를 하기로 했다.
작별의 순간
21년을 함께한 자동차다. 21년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다. 또 요즘에는 얼마나 많은 새로운 것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핸드폰도 1~2년마다 바꾸는 것이 유행이다. 제작년 차를 바꿀려고 마음을 먹고 이 차를 보니 폐차를 해야 한다는 것이 좀 불쌍해 보였다.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동질감도 느껴졌다. 자동차 보유기간을 자동차 평균수명으로 본다면 이 차는 평균수명을 3배나 살았으니 사람나이로 치자면 200년은 넘었을 것이다.
인어공주라는 영화에 나오는 한 대사가 생각난다.
"나도 이제 쉬고 싶다."
평생 우체국에서 일만하던 주인공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가족에게 한 말이다. 이 것은 내가 세피아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 가족 태우고 즐겁게 해 주어서 고맙고 또 그러느라 고생했다. 너도 이제 편히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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