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1일 화요일

보험회사가 나에게 주는 일

올해 들어 다녔던 병원에 지불한 병원비를 며칠 전에 한꺼번에 보험사에 청구했다. 모두 더해 보니 상당히 많은 금액이다.

영수증이 많으니 스캔해서 파일로 만들어서 12MB가 넘는다.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이메일을 보내서 청구해야 한다. 그런데 이메일에 첨부할 수 있는 파일크기는 6MB밖에 안된다. 그래서 6MB이하로 잘라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6MB가 뭐야. 60MB라면 몰라도. PDF를 자르기가 귀찮다. 그냥 나눠서 스캔하면 될 듯 싶어서 적당히 나누어서 스캔했더니 6MB가 넘는 파일이 하나 만들어 졌다. 그냥 PDF를 자를 걸 그랬나. 아~ 이게 나를 시험하는구나. 사람이 한번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다시 이리 저리 배분해서 스캔해서 이번엔 성공.

나눠진 파일 갯수만큼 여러번에 걸쳐 보험사에 이메일로 청구를 했다. 청구하는데는 별문제 없이 통과. 그래도 일이 많이 줄어 든 것이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팩스로 청구해야 해서 팩스넣고 전송 실패하고 또 넣고를 반복하느라 한나절은 걸렸다. 이제 홈페이지에서 하니 최소한 전송실패는 없다.

며칠 후 접수처리되었다는 "You have a new Explanation of Benefits available"이라는 wp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래? 그 많은 것을 벌써 처리해? 한번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 보자.



아니나 다를까 이상한 레코드가 19개나 보인다. 금액도 모두 자잘한 것들 뿐이다. 이게 도대체 무얼까? 하나를 열어서 확인해 보았더니 모두 약값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하나로 처리하면 될 것을 날짜별로 나누어서 표시해 놓다보니 여러개로 보인다. 그리고 모두 PN016이란 코드가 붙어서 지불도 되지 않았다. PN016이 무언가 찾아 보니 맨 마지막페이지에 보험회사에 연락하란다.

보험회사에 이메일을 쓴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처리되었다는 레코도가 여러개가 보이는데 모두 PN016으로 지불이 되지 않았다. PN016이 뭐고 왜 나에게 지불되지 않은거냐?"

"그건 명세가 필요한 것이라서 팬딩되었다. 명세서를 제출해라."

"이제까지 청구했던것과 똑같은 영수증으로 청구했는데 무슨 명세서를 말하는 거냐?"

"이전에 말했던대로 명세서가 필요하다."

"스크린샷을 봐라. 19개 중에서 한개는 팬딩되어 있고 그것은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내용을 내가 볼 수 없는 상태니까. 그리고 나머지 18개는 약값으로 보이는데 나한테 지불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료된 것으로 나와 있다. 나는 지금 이 18개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인데 약값에 대해 명세서를 병원에 요청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이냐?"

"팬딩된 것 한개에 대한 내역을 보내 주니 병원측에 명세서를 달라고 해라. 그리고 약값에 대한 것은 왜 약이 필요한가를 알려 주면 처리해 주겠다. 이 것은 너희 회사의 방침에 의해 요구하는 것이다. 불편을 주어서 미안하다."

그래서 병원에서 의무기록과 진료비 상세내역을 받아 왔다. 이제 이것을 다시 보내야 한다. 이메일이나 팩스로 보내란다. 그런데 무려 43장이나 된다. 스캔했더니 12MB나 된다. 이메일 첨부는 2MB밖에 안된다. 팩스로 보내야 겠다. 또, 몇년 전 악몽이 시작되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전송도중 실패한다. 또 시도해 본다. 또 실패한다. 그럼 다른 프린터에서 보내 보자. 그래도 실패한다. 이것들이 오늘도 내 일을 만들어 주는 구나. 할 수 없이 이메일을 써야 겠다 . 도대체 어떻게 보내냐구...

11/11: 이메일을 썼다. "어떻게 보내냐구?"

11/12: 아침에 와서 이메일을 체크해 보니 답이 없다. 아침부터 다시 팩스를 보내 본다. 10페이지를 보내고 나서 중단된다. 다시 이메일을 쓴다. "니네 팩스가 10페이지까지만 받는 것 같으니 내가 파일을 2MB씩 잘라서 보내 주마." 그런데 이게 무슨 무 쓸듯 2MB씩 잘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페이지가 한장에 1MB가 되는 것도 있고 200KB밖에 안되는 것도 있다. 2 페이지씩 잘나 내면 파일이 20개가 되고 메일을 20번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10페이지씩 잘나 낼 수도 없다. 2MB를 넘으면 안되니까. 그래서 페이지를 절반씩 자르면서 2MB안에 들어 올 때까지 분할해 나가니 9개가 되었다. 그리고 보냈다. 이것들이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

11/13: "6MB씩 보낼 수 있으니 잘나 보내라". "니네 사이트에 있는 문구를 봐라. 이메일 첨부는 6MB가 아니고 2MB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명세서를 우리규정상 요구한다고 했는데 그 규정이 무엇인지 나한테 보여 줘라"

11/14: "귀중한 시간을 뺏고 일이 지연되서 미안하다. 규정에 관해서는 인사팀에 문의해라."  "알았다. 그건 그렇고 니네 시스템 좀 업그레이드 해라. 글씨 가득 들어 있는 종이 한장 스캔하면 1MB가 된다. 2MB는 너무 부족하다. 그리고 니네 팩스도 좀 점검해라. 열 장 이상은 받지 않는다."

11/21: "저번에 보내온 서류에 처방전에 대한 명세서가 없다. 제출해라." "한국에 니네 에이젼트가 있을거다. 그 에이젼트한테 물어 봐라. 처방전명세서를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 만약 말이 된다고 하면 나한테 연락처를 다오. 내가 연락해서 정말 한국사람인지 확인해야 겠다."

11/22: "한국에 에이전트가 없으니 약값에 대한 보험료를 받으려면 처방전에 명세서를 보내라."

11/25: "병원에 물어 보았는데 처방전 명세서는 약국에 가서 물어 보라고 한다. 그래서 약국에 가서 요청했는데 그동안 발행한 약에 대한 영수증 리스트를 뽑아 줘서 말하자면 처방전명세서를 보낸다. 그런데 이것은 처음에 첨부해서 보낸 영수증과 동일한 것인데 이것이 도대체 왜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앞으로도 이 처방전명세서를 계속 보내야 하는 것이냐?"

11/27: 질문에 대한 답은 없고 신청한 비용 중 일부가 중복신청되었다고 메일이 왔다. "내가 중복 신청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언제 언제 신청한 것인지 구체적인 날짜를 알려 달라."

2015/2/25: 드디어 나머지 차액에 대한 보험처리를 받았다. 그동안 보험사와 계속해서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 중 1월말에 받은 답변은 결국 처음 답변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내용이였다. "흠,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 날짜만 찍어서 무엇이 틀린지 지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상한 수치들을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애시당초에 그런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 알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내 의료비에 대한 정확한 보험처리다. 그러니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차액에 대한 보험처리를 빨리 해 다오". 그랬더니 며칠만에 틀린 것을 알았다는 답변이 왔다. "그럼 우리 논의를 모든 날짜로 확장해 보자. 내가 보내 주는 자료에 보면 모든 날짜의 금액이 틀리다." 그래서 결국 인정을 하고 한달정도를 기다린 결과 나머지 차액에 대한 보험처리를 받았다. 네달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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